약 속
언제 만나자고 다짐도 않았습니다
언제 오느냐고 묻지도 않았습니다
문득 떠오르면 달려갔습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찾아오셨습니다
무엇을 주겠다는 낌새도 없었습니다
무엇을 바란다는 눈짓도 없었습니다
눈에 들면 골라서 드렸습니다
엉겁결에 받고서 좋아했습니다
무슨 일을 하겠다고 겨누지도 않았습니다
무슨 일을 해달라고 보채지도 않았습니다
보는대로 팔을 걷고 해냈습니다
어느 결에 끝을 맺고 가셨습니다
우리 서로 말이 없는 사랑이었습니다
우리 서로 말이 없는 소망이었습니다
우리 서로 말이 없는 봉사였습니다
믿음으로 함께 하는 약속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