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심방중이다.
대심방은 구역 단위로 하다보니 늦은 시각까지 교우들의 가정을 심방하게 될 때도 있다.
99년도 봄 대심방을 할 때의 일이다. 봄 대심방이라고는 하지만 2월이라서 아직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때였다. 한 두 가정 남겨놓은 상태에서 P집사님의 가정을 심방하고 예배를 드렸다. 예배를 마친 후 시간 관계로 바로 일어서 나오려하니 집사님이 붙들고 늘어지신(?)다. 평소에도 유난히 정이 많으신 집사님, 심방 온 목사님을 도저히 그냥 보낼 수 없다고 붙잡으신다. 과일 한 쪽이라도 들고 가라는 것이다. 잠깐 앉아 깍아 놓으신 과일 한 쪽 먹고 '이제 됐죠(?)'하는 마음으로 일어서는데, 집사님은 또 전기 밥솥을 열고 뭘 들고 오신다. 보니까 '박카스'였다 . 박카스를 받는데 병이 따끈따끈하다. 집사님 하시는 말씀. "날씨가 하도 쌀쌀해서 밥솥에다가 데워 놓았지유∼". 생전 처음 맛보게 되는(?) 뜨거운 박카스를 들고 눈시울이 뜨거워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목회라는 일이 일반적으로는 몹시 어렵고 힘든 일인 것으로 인식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교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적지 않게 받는 질문이 "어떻게 그 힘든 길을 가기로 작정하셨어요?"라고 질문하는 교우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목회는 그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일이라고 열심히 말하지만 별로 수긍하는 것 같지 않다. '목사니까 그러겠지'하고 생각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러나 목사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따뜻한 박카스라는 기가 막힌 드링크 음료를 먹어볼 수 있겠는가? 이렇게 사랑을 베푸는 교우들이 있는 데 어찌 목회가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한 박카스를 열심히 자랑을 하면서 또 이렇게 마음 속으로 생각해본다. "나는 콜라를 참 좋아하는데…. 이 소식 들으면 우리 집사님 콜라도 데워 주실래나?"
- 김영수목사 (5교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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