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고잔뜰은 유난히도 추웠습니다. 아무리 두껍게 입어도 소용없는 고잔뜰 그렇다고 이러한 시간들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겨울은 온데 간데 없고 이렇게 봄이 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도에도 봄이 왔고 전도자들의 마음에도 봄이 왔습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사할린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오셨기 때문입니다. 너무나도 순박한 모습들, 복음을 전하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들, 이에 열정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전도 대원들의 모습, 때로는 눈살을 찌뿌리게 하는 일도, 전도에 염려가 되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로 여겨지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신앙의 원리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아마 하나님께서 예비해 놓으신 사할린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있었기에 지난 겨울의 고잔뜰이 유난히도 추웠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처음 만나 열심히 이야기 하면 뒤에 가서는 딴소리 하시는 할아버지, 어느날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열정을 다하여 말하였는데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끝에가서 전혀 다른 내용의 이야기를 꺼내시는 할머니, 순간 저의 마음속에 허탈함과 무력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답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수없이 격은 오늘... 그리고 이 순간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안녕하세요.'입니다.
오신지 1년도 못되어 천국에 가신 할아버지 할머니의 장례를 두 번이나 치른 저로서는 그렇게도 건강하게 보이고 순수해 보였던 분들이 어느날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더니만 힘없이 우리의 곁을 떠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물론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었답니다. 오신지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헤어짐을 서두르는지, 결혼생활 50년의 정을 정리하는데 필요한 것이 술이었을까요? 할머니를 잃은 할아버지의 슬픔 속에서 다시는 술을 먹지 않겠다는 저와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술을 입에서 떼놓지 못하는 할아버지의 짝잃은 외기러기의 모습은, 아들같은 작은 목사에게 또 하나의 안쓰러움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사는날 동안 건강하셨으면, 외롭지 않으셨으면, 믿음생활 잘 하셨으면... 천국의 주인공이 되셨으면, 이러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고향마을 바라보면서 오늘도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병원가지 않게 해 주세요. 모두가 예수 믿고 구원받게 해 주세요. 절대로 혼자 외롭게 살지 않도록 동행해 주세요. 라고... 그리고 사할린 할아버지 할머니를 향하여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 분들을 만나면서 처음 배운 러시아 말 한마디 '드라스 드위체(안녕하세요?)'... 그러나 이제는 '안녕하세요. 안녕하셔야만 됩니다.' '부디 주 안에서 안녕하세요.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안에서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세요.'라고 . . ..
- 조남업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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