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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선
11교구
믿고 의지하며 회복에 은혜
2021-11-06

 

 

위기 청소년들의 엄마, 임귀복 목사

 

“거절감에 찌든 ‘일진’들에게 따스한 복음 전해요."

 

가출을 일삼고 며칠씩 굶고 다니는 아이들. 해체된 가정에서 자라 사랑을 모르는 아이들.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많아 스스로 무서운 아이가 되어버린 ‘일진’들. 

 

거리를 배회하는 일진 청소년들에게 엄마가 되어준 이가 있다. 강서구 방화동의 주영광교회 임귀복 목사 이야기다. 

 

학교에서 가장 싸움을 잘하는 아이들이란 뜻으로 이름 붙여진 ‘일진’. 또래 친구들도 피하고 싶은 대상이요, 선생님도 대하기 어려워하는 문제 학생이요, 사회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이다. 

 

그러나 임 목사의 눈에는 순수하고, 사랑을 주어야 할 존재로 보인다. 인연의 시작은 이랬다. 

 

“교회를 개척한지 3년째, 방화동으로 이사를 왔을 때였어요. 서울에 있는 한 교회 전도팀에서 개척 교회를 돕기 위해 와주었고, 노방 전도에서 만난 일진 청소년들을 교회로 데리고 왔어요. 그런데 행사가 끝나고도 이 아이들이 돌아가질 않는 거예요.” 

 

‘저희가 집을 나왔는데요. 교회에서 하루만 재워주시면 안될까요?’ 오죽하면 이런 부탁을 했을까 싶어 교회 유치부실을 내주었는데, 다음날 아침 깜짝 놀라고 말았다.

 

“간밤에 그랬는지 한 아이의 손목에 자해 흔적이 있는 거예요. 그때 알았죠. 이 아이들이 살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니라, 마지못해서 사는구나.” 

 

무료 급식을 시작하다 

 

임 목사의 마음에 아이들의 아픔과 외로움이 와 닿았다. 눈에 가득 고여 있는 눈물이 보였다. 따듯한 밥이라도 먹여야겠다 싶어 무료 급식을 시작했다. 그 많은 아이들이 다 어디에 있던 건지 정말 많은 아이들이 찾아왔다. 

 

“마지막으로 밥을 먹은 것이 언제인지 물으면, 기억을 더듬다가 ‘잘 모르겠는데요’하고 답하는 경우가 많아요. 짧게는 3~4일, 길게는 일주일씩 굶고 온 아이도 있었어요. 처음에는 상담을 하고 집에 돌려보내곤 했는데, 그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집으로 돌려보낸 아이가 온 몸에 멍이 들어서 오기도 하고, 한참 후에 임신을 해서 오기도 했다. 

 

찾아오는 아이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반대의 소리도 커졌다. 이웃 주민들의 따가운 눈초리뿐 아니라, 교인 중에도 자녀 교육상 좋지 않다며 교회를 떠나는 일도 생겨났다. 

 

변화되는 아이들 

 

2010년 무료 급식으로 시작한 일진 청소년 사역이 상담, 학업 지원, 진로 교육 등으로 이어지며 햇수로 6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밥을 먹기 위해 수시로 드나드는 아이들, 검정고시나 영어 공부와 같은 학업 활동을 위해 오는 아이들, 그리고 예배에 참석하는 아이들까지 다양하다. 주일 예배에 오는 아이들만 20명, 주중에 오는 아이들까지 하면 50여 명이 찾아온다. 

 

“자연스레 삶을 나누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성경을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은 저 아이들이 변하겠느냐고 묻지만, 하나님께서 변화시켜 가시는 것을 보게 됩니다. 

 

어느 날 예배 때, ‘사랑합니다 나의 예수님’이란 찬양을 부르는데 한 아이가 펑펑 우는 거예요. 옆에 있는 친구들도 따라서 울기 시작하더니 울음바다가 되었어요.” 

 

임 목사는 말한다. 요한복음에 예수님께서 물을 포도주로 바꾸셨던 것처럼, 하나님께서 일하시면 얼마든지 아이들이 바뀔 수 있다고. 

 

하나님께서 나를 향해 기다려주셨던 것처럼, 우리가 기다려주기만 한다면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가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멘토와 함께 하는 ‘일진캠프’ 

 

스무명 남짓 되는 교인들과 함께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숨이 차는 순간이 찾아왔다. 아이들에게 일대일로 관심을 가져줄 멘토가 필요하겠다 싶었고, 마침 작년 여름부터 아이들을 위한 수련회, ‘일진캠프’를 열게 되면서 멘토를 모집해 연결시켜주기 시작했다. 

 

올 여름에는 50여 명의 멘토를 모집해 2박3일간 함께 하며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기도해주도록 했다. 아이들의 변화와 반응이 놀라웠다. 

 

“47명의 아이들이 참석했는데, 처음에는 서로 다투고 싸우면서 적응하기 힘들어했어요. 그런데 멘토들이 찬양하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변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함께 뛰면서 찬양하는 일이 일어났어요.” 

 

소망도 꿈도 없던 아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생기면서, ‘이렇게 살다가 죽어야지’하던 아이들의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이다. ‘내 인생도 예수님 믿고 노력하면 달라질 수 있겠구나’하는 소망을 갖게 된 것. 예배 중에도 나가서 담배피고 들어오던 아이들이 캠프 이후에 스스로 금연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죽기 위해 살던 아이들이 살고 싶은 소망을 발견한 것이다. 임 목사에게 이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은 없어 보인다. 실제로 3천만 원의 예산이 필요한 이번 캠프를 위해 일정 부분 빚까지 얻었을 정도이다.

 

하나님의 무한한 가능성 

 

임 목사는 여전히 할 일이 많고,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신앙으로 잘 양육해서 학교도 보내고, 검정고시도 치르게 하지만 졸업 후에 아이들이 마땅히 일할 곳이 없습니다. 주유소나 결혼식 아르바이트 등을 하다가 더 큰 범죄에 빠지는 일도 많습니다. 거리의 아이들, 학교 밖 청소년들이 생각보다 매우 많은데, 이 아이들을 위한 돌봄과 교육에 우리 사회가, 한국 교회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아무도 소망을 두지 않던 나사렛이란 동네에서 예수님을 태어나게 하셨듯이, 소망이 없어 보이는 이 아이들은 하나님의 무한한 가능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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