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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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선
11교구
너무 죽고고싶어서 너뮤 살고샆어도
2022-05-02

 

 

 

 

 

 

 

 

“저 사람들이 저를 괴롭혀서 너무 힘들었어요.” 예수님은 나를 꼭 안아주셨다.

 

입사 후 하나님보다 사람을 더 먼저 찾았다. 문제가 생기면 발을 동동거리다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을 뿐 하나님께 기도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한 번도 하나님을 먼저 찾았던 적이 없다.

 

하나님께서는 훈련 초기부터 이것을 지적하셨다. 하나님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찾는 내 모습을 돌아보라 하셨다. 왜 믿을 것 못 되는 사람을 의지하는지 물으셨다. 모든 것을 다 잃고 눈물로 기도할 때, 내가 무슨 일만 생기면 사람에게 쪼르르 달려가는 모습을 떠오르게 하셨다. 그로 인해 내가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졌음을 깨닫게 하셨다.

 

관계가 힘들고 일이 어려울 때면 가장 먼저 선배와 동기가 떠올랐다. 하나님이 아니었다. 하나님의 딸이라 자부하면서 그분의 지혜가 아니라 세상 지식을 구했다. 그럴수록 일은 더 꼬였고 관계도 더 어려워졌다. 너무나 괴로웠다.

 

돌아보니 상사의 괴롭힘에 대해 질릴 만큼 ‘사람’과 상의했다. 사람에게 내 모든 속마음을 들려주었다. 그럴수록 상사와의 불화에 대한 소문이 더 커지고 왕성해졌다.

 

처음에는 과장이 퍼뜨리는 헛소문에 반격하며 그의 악행의 증거와 증인을 만들 생각으로 사람들에게 내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것이 나를 더 망치고, 과장과의 대립 구도를 더욱 공고히 했다. 그 와중에 내 편 아닌 사람들이 주는 표면적 위로를 즐겼다.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께 상의했어야 했는데 난 바보처럼 의지할 대상이 아닌 사람을 의지했다. 지금은 아는데, 그때는 몰랐다.

 

실제로 과장은 나를 모함했다. 모든 것이 앞뒤가 잘린 채 그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꾸며졌다. 그는 한없이 인자하며 일도 열심히 하는데 버릇없는 내가 무능한 주제에 그에게 대항한다는 것이었다. 모든 소문의 레퍼토리가 똑같았다. 이런 소문은 다시 내 귀에 들려왔다.

 

사람들은 그의 앞에서는 나를 욕하고 내 앞에서는 나를 위했다. 그들은 내가 솔직히 말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야 선후임이 싸우고 반목하여 막장으로 치닫는 자극적인 소문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그래야 그들이 키득거리며 술안주 삼아 씹을 거리가 생기기에, 소문을 들은 다른 팀에서 물어올 때 무엇이라도 아는 양 떠들 것이 생기기에, 그들을 위해 내가 더 솔직해지길 바랐다.

 

그러나 하나님은 다르셨다. 내가 속마음을 다 털어놓기 바라셨을 뿐 아니라 내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어 하셨다. 내가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셨고, 나를 위해 내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셨다.

 

하루는 기도하는데 하나의 이미지가 선명히 보였다. 내가 아주 인자한 분의 품에 안겨 울고 있었다.예수님의 품이었다. 품에 안긴 나는 내 뒤쪽의 사람들을 가리키며 그들이 나를 얼마나 괴롭게 했는지, 나를 얼마나 비참하게 만들었는지, 얼마나 수없이 많은 악행과 폭언으로 나를 여러 차례 죽였는지 울부짖었다. 처음으로 온전한 내 편을 만난 것처럼 아주 서럽고 처절하게 토해냈다. 그들을 돌아서 쳐다볼 시간도 없다는 듯이 그냥 엉엉 울고 또 울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괴로움이 무엇이었는지 말로 다 하기 어렵고 내 아픔을 표현할 수준의 단어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때는 품에 안겨 최선을 다해 토해냈고, 놀랍게도 예수님은 다 알아들으시는 것 같았다.

 

마치 이미 다 알고 계셨지만 내 마음이 풀리도록 들어주고 위로해주실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품에 안겨있었지만 왜인지 그 따뜻한 미소가 보이는듯했다.

 

그 미소는 따뜻했으나 강했고 인자했으나 단호했다. 마치 내 뒤에 있는 사단 무리의 존재감은 어떠한 위협도 아니며, 주님의 시선을 줄 필요조차 없는 하찮은 존재라 하시는 것처럼. 나 말고 그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으시는듯했다.

 

“저 사람들이 저를 괴롭혀서 너무 힘들었어요.” 예수님은 나를 꼭 안아주셨다. 그러자 그들이 당황하며 머쓱해했다. 그들을 조종하고 있는 악한 사단이 어쩔 줄 몰라 했다. 사단은 주님 품에 안겨 있는 나를 아주 시무룩한 시선으로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 순간 사단은 무력했고 두렵고 불안해했다. 별것도 없으면서 센 척하고 골목대장 노릇 하다 정말 센 사람을 마주해 머쓱해 하는 딱 그런 꼴이었다.

 

이렇듯 당연히 사람이 아닌 예수님 품으로 내 시선을 두었어야 했다. 예수님 품에 있어야만 했고, 그분께 아뢰어야만 했다. 나는 하나님의 딸이니까. 예수님만 나를 이해하시고 지켜주시고 아껴주셨다. 그리고 예수님만 강하셨고 평안했다. 부모 품을 떠나 불안해 숨어있는 자녀를 다 알고 이해하고 용서하는 인자함으로 찾아온 부모님의 모습. 그 모습이 딱 예수님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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